2025년 11월 22일

가족

By In DAILY

나의 성년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 사촌 언니는 세상 대부분의 것에 심드렁하지만 유독 나를 이뻐해 준다.
어릴 때 이모집에 놀러 가면 언니방에 내 잠자리를 깔아주셨었다.
그러면 언니는 매번 자기 침대 위로 오라고 해서 같이 침대에서 잤다.
잠귀가 밝아 안대와 귀마개를 끼고 자야 하면서도 꼭 나를 침대에서 재웠다.
언니가 많은 것들에 무심하게 대꾸할 때마다 언니의 애정이 나한테 쏠려있다는 우월감을 느끼며 혼자 뿌듯해했다.
한예종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언니 덕분이고, 학교뿐 아니라 무릇 어른이면 갖춰야 하는 덕목들을 언니가 가르쳐 줬다.
신념이 뭔지도 모를 때부터 신념을 가지려고 노력할 수 있었던 것도 언니 덕분이다.

여전히 언제나 언니가 먼저 내 안부와 건강을 챙긴다.
매번 전화를 끊을 때면 내가 먼저 연락하겠다고 하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그래 언니니까 언니가 애기를 더 챙기는 게 맞아하고 합리화해버린다.

밀린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가 새로운 취미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합창단에 들었는데 심신 안정에 아주 도움이 된다며 너도 해보라면서.
웃음이 나왔다.
요즘 엄마가 난데없이 노래를 배워보라 그래서, TV에서 남자의 자격이라도 재방송해주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소스가 언니로부터 오는 거였다.
언니가 왜 웃냐 그래서 안 그래도 엄마가 요즘 노래를 배우라 그래서 왜 그런가 했더니 언니 때문이구먼? 했더니 언니도 뒤집어졌다.

나는 재미만으로 뭐 못하잖아 노래를 부르는 행위가 사람한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찾아보니까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행위라는 거야… (중략)… 종교들도 다 노래를 부르잖아 그런 게 그런 맥락 아니겠어… (중략)… 소리를 지르는 게 발산하는 효과가 있고… (중략)
언니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가족이 맞구나 싶었다.
그 와중에 환절기라서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나의 사고회로가 어디서부터 왔는고 하니 엄마 쪽에서 온 게 분명하구나.
유전이 이렇게나 무섭다.

나도 코맹맹이 소리로 부자 되면 언니 호강시켜 준다 그랬더니, 언니가 웃으면서 맛있는 거 사주러 너 보러 갈게 했다.
언니의 예쁨을 듬뿍 받으며 오늘 하루를 즐겁게 시작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