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8시 반쯤, 오늘 먹을 아침을 미리 만들어 놓고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뉴는 김치볶음밥이었다.
막상 만들려고 하니까 대량으로 만드는 게 효율적일 듯 싶었다.
김치를 반포기만 꺼냈다가 나머지 반포기도 꺼냈다.
잘 시간이 한참 남았으니까 정성스럽게 재료를 다듬어보고 싶어졌다.
원래라면 가위로 엉성하게 싹둑싹둑 잘랐을 텐데, 칼로 김치를 썰기 시작했다.
처음 꺼낸 반포기를 다 써니 흡족스러웠다.
이제는 랜덤하게 덜 잘린 김치 줄기가 씹히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반포기까지 다 써니까 쌀국수 대접에 수북이 쌓였다.
김치를 균일하게 썰어 놨더니 스팸을 엉성하게 썰고 싶지 않았다.
썰린 김치 크기에 맞춰 스팸을 썰기 시작했다.
원래 자르던 크기의 4분의 1, 정육면체니까 두 번씩 더 썰어서 한 조각을 4조각으로 만들었다.
슬슬 한계가 왔다.
전완근과 이두 삼두가 아렸고 종아리가 땡겼다.
스팸을 포크로 짓이기고 싶었지만 참았다.
모든 재료를 다듬고 나니 9시 45분이 되었다.
스팸을 후라이팬에 먼저 볶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후라이팬이 작았다.
김치를 넣었다가는 큰 사고가 날 것 같았다.
하하!
이날을 위해 큰 웍을 미리 사뒀지.
웍을 꺼내 물로 한번 헹구려는데.. 내부가 찐덕거렸다.
찾아보니 새 후라이팬은 연마가 덜 되어 찐덕거리기도 한단다.
주방 세제와 베이킹소다로 찐덕거리지 않을때까지 닦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후.
이미 팔이 아작났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연마 작업을 시작했다.
웍을 쓸만한 상태로 만들어놨을 때가 10시 반이었다.
잘 시간이 한참 지나버린 것이다.
근데 어쩌겠어.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야지.
그렇게 김치볶음밥 6인분과, 8인분을 더 만들어낼 수 있는 김치 스팸 볶음을 완성하고 말았다.
11시 반이 됐다.
분명 다음날 아침을 컴팩트하게 보내기 위한 밑작업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눈 뜨자마자 진심 병가 낼 뻔했다.
작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