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

단골

By In DAILY

나이를 먹는다는 시그널 중 하나는 늘어나는 단골집이다.
가던 곳만 가게 되는 것을 넘어 주인장이 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시점부터, 단골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옛날에는 일일이 응대하기가 피곤해서, 주인이 아는 눈치를 티 내면 그때부터 그 집에 발길을 끊었다.

피차 귀찮아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카페 할 때를 떠올려보면, 단골손님으로 분류되는 사람에게는 서비스를 줘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걸 판단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 에너지가 들었다.
좀 줬으면 하는 눈초리인 것 같은데, 오버해서 생각하고 있나, 요즘은 왜 발길이 뜸하시지…
장사만 해도 피곤해죽겠는데 쓸데없이 이런 것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인간관계는 원래 찐득한 건데 그걸 몰랐다.
그때는 깔끔하고 쿨한 게 멋있고 좋은 건 줄 알았다.

사람은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바꿔나가기 마련이다.
장사 이후의 관계에서는 깔끔하고 쿨하게 관계를 맺었다.
장사를 2년 반 정도 했고 그 이후엔 10년가량이 흘렀으니까, 4배나 긴 세월 동안 쿨~하게 살았다.
그래서 내 살림이 더 나아졌냐?
전혀 아니다.

마음가짐을 바꾼지 2-3년 정도 되어간다.
요즘에서야 단골집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사는 게 참 엇박자다.
하필 대학 들어가기 전에 관계를 안 쌓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가지고서는,
그렇게 관계 맺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훌러덩 날려버리고,
사회에 나와서 어쩌다 하나씩 맺는 관계에서 이걸 연습하고 있다.

오늘도 월간저녁으로 자주 갔던 육갑식당을 갔다.
L의 단골집이라 쉬이 편승한 셈이긴 하지만, 여기도 방문한지 1년이 넘어가니, 이 정도면 단골집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는척하는 눈빛과 어김없이 나오는 서비스 계란찜을 받으면서,
그땐 그랬고 지금은 그렇구나 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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