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래도록 하기를 거부한 것이, 운전 말고 하나가 더 있다.
렌즈.
안약도 못 넣는데 비닐을 눈안에다 넣는다니.
눈을 찌르는 작고 투명한 공포다.
눈이 좋은편은 아니라 전시를 보러가거나 영화를 볼때면 꼭 안경을 써야하는데,
어쨌든 안경을 쓰면 되니까 그동안 굳이 렌즈를 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작년에 로드 자전거에 입문하면서 더 이상 렌즈를 피할 수 없어졌다.
물론 이미 안경을 쓰고 타봤다.
헬멧도 안경 맞춤용으로 샀다.
그랬는데도 햇빛 가리개가 안경을 치고 난리가 났다.
게다가 안경대에 귀가 눌려 귀가 너무 아팠다.
고무패킹을 대도 아팠다.
마스크의 귀걸이 실도 아파서, 마스크를 오래 써야 할 때는, 천 마스크를 쓴다.
그러니 아무리 가벼운 안경을 쓴다 한들 결국 귀가 아플 것이다.
이렇게 꼭 벼랑 끝에 내몰려야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어쨌든 작년부터 올해까지 꼬박 1년 동안 렌즈를 착용하는 연습을 했다.
렌즈를 넣으려고 하면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눈을 있는 힘껏 벌리면 눈물이 났다.
눈물이 줄줄 흐르면 손가락과 눈 주위가 젖어서 더 이상 눈을 벌릴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렇게 한 시간이 걸리곤 했다.
이게 적응이 되는 게 맞나 의심스러웠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을.
그리고 시간은 역시나 해결해 줬다.
그럼에도 고집스러운 나는 여전히 불편함을 감수하며 산다.
렌즈를 착용하는 게 무조건적으로 편하지만 – 반면 안경은 특히 겨울엔 김도 서리고, 귀가 시리고 딱딱해져 통증이 여름보다 더 빨리 찾아오고, 잠깐 머리 위에다 꽂아놓고 그걸 그새 잊어서 고개를 확 젖히는 바람에 자꾸 떨어뜨리고 –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계속 안경을 쓴다.
오늘도 3시간짜리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안경을 집어 들었다가 흠칫했다.
최근에 2시간 30분짜리 영화를 보다 2시간째부터 귀가 아파서 귀에 손가락을 대고 그 위에 안경을 얹어서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 통증이 기억나면서 렌즈를 찾았다.
고집이 통증에게 졌다.
그냥 렌즈를 끼면 되는데 왜 안경을 쓰려고 할까.
아니다 사실 수술을 하면 되는데 왜 안 할까.
내 시계는 남들보다 10년은 느린 것 같다.
남들 10대 때 다 낄 줄 알게 되는 렌즈도 서른이 넘어서야 할 줄 알게 되고.
수술도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해야 좋은데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미루는지.
이러다 나중에 각막이 모자라서 수술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도 뻔한데 또 결국 벼랑 끝에 내몰려야만 하겠지.
꼭 해야 하는 순간에 와서야 미리 할 걸 한마디 하겠지.
스스로가 너무 못 말려서 영화관까지 가는 길 내내 잔소리를 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