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에서 나의 포지션은 가장 뒤에 위치한, 상대팀의 공격을 막고 우리팀에 공을 배급하는 픽소다.
상대팀이 라인을 올려 공격해올 때면 나는 늘 최대한 뒤로 물러서 수비를 하곤 했다.
내가 마크해야 하는 사람은 상대팀의 피보(공격수)지만 우리팀 골대까지 침투해오는 아무나를 막으러 뒷걸음질 친다.
코치님이 갑자기 경기를 멈추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왜 상대팀 피보가 저기 있는데 저 사람 마크 안 하고 다른 사람 막으러 뒤로 가고 있어요?
당황해서 대답을 이상하게 했다.
그냥요.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냥(본능적으로 골대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뚫리면 골키퍼가 1대1 상황이 되니까 최소한 상대팀이 슛을 하지 못하게 방해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요.)
이었지만,
나 때문에 경기가 중단된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빨리 재개하고 싶었으나 결론적으로는 더 길어지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코치님은 그냥 이라는 성의없는 대답을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말로 잘 알아들어주셨다.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거예요.
내가 앞으로 나가면 다른 팀원이 뒤로 달려와줘서 막아야 하는 건데, 내가 뒤를 막고 있으니 팀원들은 안 내려오게 되는 거예요.
헐.
우리팀의 고질적인 문제가 사람들이 위로 한번 올라가면 도무지 빠르게 복귀하지 않는 것이었다.
체력 이슈도 있을 거고 책임감 이슈도 있을 건데 뭐가 됐든 당장 골 먹히는 걸 막아야 하니까 매번 죽어라 뛰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나도 그중 하나였고.
사람들이 안 내려오니까 대신 내려갔던 건데 그게 오히려 문제를 강화하고 있었던 거다.
망하게 두기 싫으니까 > 사람들한테 열심히 하라고 말하기도 귀찮으니까 > 내가 열심히 하고 > 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개선이 안되는 무한 반복.
이건 나의 평생 문제기도 하다.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지는 게 꼭 안 좋게 마무리되는 것만은 아닌데, 내 힘으로 그런 상황을 안 만들 수 있으면 꼭 방지를 해내고 만다.
비치는 건 고생과 희생처럼 보이겠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그런 상황이 견딜 수가 없어서 나를 위해 하는 거다.
일종의 자기방어다.
이런 성격이 풋살에서까지 문제가 되다니.
같이 망해 주는 것도 망하지 않게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걸 계속 되새겨야겠다.
넘어지지 않게 도와주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넘어져 봐야 땅을 짚고 일어나는 걸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