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1일

무럭무럭

By In DAILY

회사 근처에 자주가는 식당이 하나 있다.
어쩌구저쩌구동, 카레, 라멘 같은 것들을 파는 일식집이다.
이사 오자마자부터 갔으니 1년도 더 다녔다.
처음 갔을 때 봤던 알바생이 아직도 있다.
그 알바생이 특별한 이유는 유난히도 실수가 잦기 때문이다.
주문한 메뉴를 여러 번 확인하기도 하고, 마른 음식에는 식전 국물이 나오는데, 그걸 랜덤으로 지급한다.
어떨 땐 라멘을 시켜도 주고, 어떨 때는 달라 그러면 국물 메뉴를 시켰기 때문에 안 준다 그런다.
보통 일 좀 한다 하는 알바생은, 한 명이 메뉴를 모아서 주문해도, 대충 누가 뭘 시켰는지 알아서, 메뉴가 나올 때 맞춤으로 주면서 눈빛 주고받는 그런 재미가 있는데, 이 분의 매력은 맨날 조금씩 틀리면서 눈빛은 준다는 거다.
그분을 관찰하는 게 그 식당을 가는 소소한 매력이다.

오늘은 새로운 알바생이 등장했다.
알바생들이 한 단계씩 진급한 듯 보였다.
왕초로 보였던 분은 어느새 부엌에 들어가서 메뉴 들어가는 순서랑 나가는 순서를 조절하고 있고, 그분 아래였던 분은 매장 입구에서 손님 착석을 관리하고 있고, 내가 관심 있게 보는 분은 무려 홀에서 접수를 메인으로 담당하면서 신입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손님들에게 국물 나눠드리고. 다 드신 거 같으면 채워도 드리고. 그렇게 살피면서 챙기셔야 해요.”라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국물을 요청 없이 리필 받아본 적이 없다.
오늘 마침 홀 맨 안쪽에 앉는 바람에 신입 교육에 동참하게 되었다.
갑자기 나한테 국물이 더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셨다.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참았다.
충분하다고 감사하다고 했더니 교육받던 신입생분이 감명 깊어하더니 자기 앞에 있는 손님의 국물을 챙겼다.
손님들에게 음식 한번 드려보라며 신입을 시키는 것도 잘했다.
신입은 사수의 명령에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손님들의 음식을 배달했다.
그릇에 푹 들어가 있는 엄지손가락도 신경 쓰였고, 너무 기울여 내려놓는 바람에 음식을 엎는 줄 알고 쫄았지만, 나는 오늘 교육에 동참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무신경한 척 멍 때렸다.

맨날 메뉴 주문 잘못 받아서 계속 물으러 오던 사람은 어디 가고 벌써 신입 교육을 시키고 있다니.
이럴 때 시간이 무섭게 흐른다는 걸 느낀다.
나는.. 1년 전의 나보다 더 나아졌는가..?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