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머리를 한 뭉텅이나 잘라냈다.
머리가 짧은데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은 한 무더기다.
그게 신기해서 바닥을 빤히 보고 있었는데 담당 디자이너 선생님이 말을 거셨다.
고객님은 머리카락이 얇아서 그래 보이는 거지, 숱이 없는 편은 아니시라고.
민생 지원금을 받은 김에 저번에 못했던 두피 스케일링을 받았다.
간단한 두피 마사지도 포함이었는지, 약품을 바른 후 여기저기를 지압해 주셨다.
선생님이 대뜸 두통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셨다.
아까도 그러시더니.
혹시 뭘 좀 보시는 분이냐고 되물었다.
뒤집어지게 웃으셨다.
두피를 만져보면 딱딱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 목까지 만졌을 때 단단하면 보통 두통을 호소한다면서, 나보고 이렇게 두피도 목도 단단하면 디스크가 오기 쉽다고,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고객님처럼 예민.. 하다기보다는 곤두서있다는 말은 아닌데 보고 싶지 않아도 많이 보는 분들 있잖아요.”
안 그래도 오늘 유난히 조수로 보이는 분을 가운데 두고 디자이너분들이 기싸움을 하셔가지고, 머리 자르다 말고 진심 집에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그게 보였나 보다.
“그런 타입이면 혈액순환이라도 잘돼야 해요. 안 그래도 머리카락이 얇은데 더 빨리 얇아지니까. 모발은 한번 얇아지면 절대 돌아오지 않으니까. 목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시면 좋아요.”
숨긴다고 열심히 숨겼는데 잘 안됐는지 그게 보였나 보다고 남이 예민한 거 보는 것도 불편할 텐데 괜찮으시냐 그랬더니, 제가 고객님한테 관심이 많으니까 보이죵~하고 넘기셨다.
그래서인지 여태껏 다녔던 미용실들 중에 가장 오래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