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윤경이에게 받은 생일선물을 나에게 뺏겼다.
적당히 푹신하고 적당히 단단한 커다란 오리 인형.
이석증 환자용 베개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동안은 베개 두 개를 겹쳐 높이를 높여서 자고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이면 흐트러져있고 고개가 잘못 꺾이기 십상이다.

반면 이 오둥이는 솜이 해체될 일 없고 잠든 자세 그대로 눈뜰 수 있었다.
인형을 베개로 쓴 지 어언 한 달.
오둥이가 급격히 다이어트를 했다.
베고 잔 부분이 쏙 들어갔다.
요즘 계속 이석증 전조증상이 있어 원인이 뭘까 찾던 중에 홀쭉해진 오둥이가 보였다.
이렇게 물건에는 다 각자의 쓰임이 있다.
납작해진 오둥이는 벽 찬기 전달 방지용으로 벽에 밀어 두고, 다시 베개 두 개를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