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친구가 뉴질랜드에 돌아가기 전, 선물이라며 DIY 북눅을 하나 주고 갔다.
그것을 받은 우리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는지 친구는 혹시 DIY를 좋아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DIY에 얽힌 슬픈 스토리.
5년 전쯤 A가 생일선물로 DIY 키트 두 개를 받았다.
당시 본인 말로는 DIY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때도 크리스마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두 개 중 난도가 낮은 놈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생겼었음)

목공풀은 뒤지게 안 붙고 전선은 뒤지게 잘 끊어지고 모래는 뒤지게 푸석푸석하고
하루 온종일 했는데 반도 완성 못했다.
DIY를 좋아한다던 A는 이미 반나절만에 나가떨어졌다.
자기는 DIY가 싫어지기까지 했다고 했다.
나는 매몰비용에 매몰을 거듭하는 타입이라 끝장을 봐야 했다.
그렇게 이틀을 더 소요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하는 내내 다시는 못하겠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쯤은 꼭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뻤다.
그랬는데.
청소를 한다고 바닥에 잠깐 내려둔 유리볼이 A의 발에 채여버리고 만 것이다.
빠직 소리와 함께 금이 간 유리볼과 모래에 뒤섞인 미니어처의 모습이 가관이었다.
눈물이 나도록 뒤집어지게 웃고 얘는 베란다로 영원히 추방당했다.
당연히 남은 나머지 하나의 DIY는 바로 당근형에 처해졌다.
그 이후로 우리는 교보문고의 DIY 섹션을 지날 때마다 못 볼걸 봤다는 듯 유령처럼 쓱 지나쳤다.
당연히 표정이 안 좋을 수밖에.
기왕 받을 선물 좋다고 하는 게 좋지 굳이 안 좋아한다는 소리를 해서 피차 서로 맘 불편할 필요가 있냐 싶었다.
또 기왕 받은 거 운명이다 생각하고 또 해보면 좋지.
이게 우리한테 온 데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했다.
대망의 크리스마스.
DIY 키트를 펼쳤다.
웬걸!
이 시리즈는 모든 게 스티커와 나무판으로 이뤄져 있었다.
설명서대로 끼우고 붙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목공풀도 필요 없고 니빠도 필요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어쩌면 DIY를 좋아할 수도?
(물론 rolife 제품만)
역시 이게 우리한테 온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책 사이에 꽂아 놓으니 아주 만족스럽군.
완벽한 크리스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