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을 다녀왔는데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친구가 경주 갔다 서울에 다시 올라왔다.
한국 피자가 먹고 싶었다며 피자 한 판을 사놨다.
뭐 먹을래 뭐 먹을래 이러면서 자꾸 우리더러 먹을 조각을 먼저 고르란다.
10시가 넘도록 저녁을 안 먹고 기다린 것도 마음이 짠한데, 저 먹을 거부터 골라 먹지 뭘 우리더러 먼저 고르래.
우리는 한국에 평생 살 터이니, 떠날 자들이 먹을 조각을 먼저 고르라고 했다.
갖은 인상을 쓰며 험상궂게 굴었지만 결국 프리미엄 조각이 내 손에 쥐어졌다.
원래라면 풋살이 끝나고 불 꺼진 집에 들어와 오들오들 떨며 샤워를 한 후 전기담요 속으로 쏙 들어가기 바쁘다.
오늘도 피곤하다며 그럴 참이었는데 타이밍을 제대로 뺏겼다.
땀에 쩐 채로 손만 닦고 앉아 바로 피자를 먹었다.
찝찝할 줄 알았는데 즐거웠다.
어느 팀이 이겼는지, 춥진 않았는지, 바깥에서 했는지, 몇 명이서 했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유치원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12월 들어 매일 12시를 넘겨 자고 있어 조금씩 지쳐가고 있긴 하지만,
이런 시끌벅적함을 느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아쉽다.
에너제틱한 지금의 시간들을 잘 모아놨다가 내년에 살아갈 힘으로 꺼내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