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07일

사주팔자

By In DAILY

지난주에 보고 왔다.
소화시키는 데에 일주일이 걸렸다.
받아들이는 데에 오래 걸렸다기보다는 와닿지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숙명과 운명의 차이다.
세상 사람들이 운명을 숙명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나도 그랬다.
바꿀 수 없는 운명을 숙명이라고 하고, 운명은 말 그대로 내가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맞다.
운명의 운은 행운에 쓰이는 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운전에 쓰이는 운이기도 하니까.

일단 사주풀이를 받았으니 숙명부터.
불도 나무도 없는 꽝꽝 얼은 겨울의 큰 물이랬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차가울거랬다.
멘탈이 괜찮냐고 거듭 물으셨다.
같이 간 A가 내 멘탈은 괜찮다고 대신 대답해 줬고, 사주 선생님은 갸우뚱하셨다.
본인의 풀이를 굽히시기보다는 재해석해 주셨다.
아마 내 멘탈은 강한 게 아니라 고생을 통해 없어졌을 거라고(?)
정신을 놨다는 말인가.

두 번째로 큰 숙명은 관이었다.
나는 관을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사주의 경우 공무원을 했다면 탄탄대로였을 거라고 했다.
예대 나왔다고 하니까 잉? 하고, 영화 공부했다니까 왜?라고 하셨다.
고3 진로 상담 때 대체 뭘 했냐며.

이 외에도 여러 풀이가 있었는데 거의 다 쓰인 대로 살아오지 않았다.

이러니 내가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꼭 숙명대로 살 필요 없다고 해놓곤 내가 이끄는 운명대로 살아왔더니 너무 갸우뚱하니까.
물론 이해는 간다.
사주 공부라는 게 흐름을 배우는 일이니 조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흐름을 못 타고 있는 사람을 보면 흐름을 탈 수 있게 돕고 싶을 것이다.
그러니 철학관도 하시는 걸 테고.

명리학이라는 게 몇천 년 동안 모아온 인간 군상의 통계일 텐데,
내가 이상값이라는 게 조금 자존심 상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그래서 계속 정 맞고 있겠지.
그렇지만 다들 그걸 아셔야 한다.
조화로움이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조화롭지 않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 덕에 조화라는 말도 있는 거다.

어쨌든 조화롭지 않음을 통해서 조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정리되니까,
기왕 이렇게 살아온 거 계속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되겠다고 결론났다.
경주에서 임 여사 속 터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사진은 철학관 근처에 음악 도서관이 있길래 잠깐 들렀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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