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 언니가 책 선물을 해줬다.
곽다영 작가의 단상집이다.
생각을 꿰어 읽을만한 문장으로 만들어 내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얼마나 생각을 거듭하면 할 수 있게 되나.
정작 2년째 일기를 쓰고 있으면서도,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아,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그저 우다다 써내려가는데,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막연한 느낌으로는 정리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 그제서야 후련해질 것 같다.
마침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내용들이 있어 발췌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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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참 모를 일이다. 암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중략) 크게 울었다가 작게 울었다가 하면서 지겹게 비를 내리는 사람으로 살겠구나 짐짓 각오도 했는데. 그런데 웬걸. 머쓱하게도 전보다 자주 웃고 대체로 즐거이 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쁜 일을 겪을 때마다 삶이 묘하게 좋은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너무 나쁜 일이어서 바짝 긴장하고 태세를 가다듬었는데 정작 별일 없이 시간은 흐르고 나는 은연중에 자라 이만치 와 있다. 인간은 과연 어떤 힘으로 살게 되는 걸까. 어떤 두려움은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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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전부가 아니지만 사는 일에는 아무튼 돈이 든다. 나는 무엇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인간인가. 내게는 무엇이 있지. 무엇을 팔 수 있지. 무엇을 돈으로 바꿀 수 있지. 같은 질문에 수년째 답을 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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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아져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책을 읽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뿐 아니라 공간도 필요하고 무언가를 궁금해하거나 탐구하고자 하는 욕구와 의지, 타인의 경험과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심적 여유도 필요하다. (중략) 그러나 그만한 시간과 돈과 건강은 영원히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책의 존재가 큰 위로가 된다. 누군가가 경험하고 이해하고 정리한 삶의 면면을 한자리에 앉아서 읽는 것만으로 나는 무수한 세계에 가닿을 수 있다. 타인의 경험과 해석에 기대어 나를 보완하고 삶을 도모할 수 있다. (중략) 세계가 너무 넓고 다채로워서 나는 기쁘기도, 초조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