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풋살 하는 날이었다.
하필 월드컵 경기장에서 저녁에 경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귀가하는 길목에 풋살장 있어서, 경기가 끝나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눈요깃거리가 되었다.
아무래도 축구를 보러 온 사람들이니 풋살장에서 하는 운동을 안 보고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골때녀야? 아 아니네.”
“개못하네.”
“오 쟨 잘하네.”
“그 타이밍에 올려줬어야지.”
“잘막았네.”
“와!!!!!”
여러 소리들이 들려왔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우리 팀 전술 훈련 차례가 와서, 킥을 차려고 철조망 쪽 라인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내가 머리가 짧아서 처음엔 남자인 줄 알았나 보다.
남자 무리들이 철조망 가까이 오더니 내가 여성인 걸 확인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지르는 말들은 수위가 낮았다.
“아 뭐야 여축이네.”
“여자가 뭔 축구임.”
“봐봐 졸라 못해.”
“그렇게 찰 거면 왜 차냐.”
여기까지는 들어 넘겼다.
이쯤 하면 보통 반응 없으니 가는데, 걔들은 자기네 목소리가 안 들리나 하며 더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아 여축 꺼져!”
순간 뒤돌아서 “너나 꺼져.”라고 했다.
비난받는 주체가 대꾸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는지, 처음엔 당황하더니 이내 또 시비를 걸었다.
“집안일이나 해!”
다시 뒤돌아서 “너나 해.”라고 했다.
뭐 철조망을 뜯고 들어올 듯 허세를 부리더니, 계속 빤히 쳐다보니까, 궁시렁 거리면서 쭈뼛쭈뼛 가던 길 갔다.
그 4명의 얼굴을 똑바로 기억한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여자가 축구한다고 욕하고 집안일하라는 소리를 하지.
나이 먹은 남자가 그러면, 그 사람이 자라온 시대는 그런 시대였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입에 배서 못 고치는 병이겠거니 하겠지만,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들이 그러니 세상 말세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