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01일

어린놈의 자식이

By In DAILY

어제는 풋살 하는 날이었다.
하필 월드컵 경기장에서 저녁에 경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귀가하는 길목에 풋살장 있어서, 경기가 끝나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눈요깃거리가 되었다.
아무래도 축구를 보러 온 사람들이니 풋살장에서 하는 운동을 안 보고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골때녀야? 아 아니네.”
“개못하네.”
“오 쟨 잘하네.”
“그 타이밍에 올려줬어야지.”
“잘막았네.”
“와!!!!!”
여러 소리들이 들려왔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우리 팀 전술 훈련 차례가 와서, 킥을 차려고 철조망 쪽 라인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내가 머리가 짧아서 처음엔 남자인 줄 알았나 보다.
남자 무리들이 철조망 가까이 오더니 내가 여성인 걸 확인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지르는 말들은 수위가 낮았다.
“아 뭐야 여축이네.”
“여자가 뭔 축구임.”
“봐봐 졸라 못해.”
“그렇게 찰 거면 왜 차냐.”
여기까지는 들어 넘겼다.
이쯤 하면 보통 반응 없으니 가는데, 걔들은 자기네 목소리가 안 들리나 하며 더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아 여축 꺼져!”
순간 뒤돌아서 “너나 꺼져.”라고 했다.
비난받는 주체가 대꾸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는지, 처음엔 당황하더니 이내 또 시비를 걸었다.
“집안일이나 해!”
다시 뒤돌아서 “너나 해.”라고 했다.
뭐 철조망을 뜯고 들어올 듯 허세를 부리더니, 계속 빤히 쳐다보니까, 궁시렁 거리면서 쭈뼛쭈뼛 가던 길 갔다.
그 4명의 얼굴을 똑바로 기억한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여자가 축구한다고 욕하고 집안일하라는 소리를 하지.
나이 먹은 남자가 그러면, 그 사람이 자라온 시대는 그런 시대였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입에 배서 못 고치는 병이겠거니 하겠지만,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들이 그러니 세상 말세다 싶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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