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살다 보면 알게 된다며, 이해하지 못할 말들도 이미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으면서 컸다.
그중에서 올해 자주 되새김질하는 문장은 두 개다.
타인을 내가 바꿀 수 없다는 것과 사람은 다면적이기 때문에 쉽게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들을 때는 당연하지 했다.
이보다 더 쉬운 게 있을까.
둘 다 타인에게 간섭하지 않으면 그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쪼랩은 쪼랩만큼 생각할 수 있다.
타인에 의해 내 감정이 인다는 것은, 타인을 바꾸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에서 기인한다.
유유상종이라며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 것도 남을 재단하는 것의 확장이다.
그러니까 사실 저 두 문장은 타인과 전혀 관계가 없다.
엄마는 내 일기를 읽거나, 나와 대화를 하면 걱정이 많이 되나 보다.
특히 나의 뾰족한 면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당신 젊은 시절에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도 안 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나보다 심한 듯),
내 마음을 백번 이해하기 때문에,
본인과 닮은 구석이 나에게서 보이면 훈육이 시작된다.
서른셋인데도 꼭 혼이 한번 나야 통화가 끝난다.
오늘도 어김없이 누군가에게 날을 세울 일이 있었는데,
이것도 이제 그만해봐야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