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를 들이기 전까지 나는 예쁜 그릇에 음식을 내서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TV에서 누가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먹으면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고 말할 때, 그게 그렇게까지 기분이 좋을까 의구심을 가질 정도였다.
식기세척기를 들이기 전과 후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모든 음식을 무조건 그릇에 내서 먹는다.
하물며 배달음식도 최대한 그릇에 옮겨 담는다.
왠지 그러고 싶다.
이게 대접받는 기분이라는 건가.
그건 모르겠고 그릇에 담아 먹으면 기분이 좋긴 하다.
이 모든 게 다 에너지의 문제였던 것이다.
에너지를 들여야 하니 그릇을 덜 내는 걸 좋아했던 건데 싫어한다고까지 오해했다.
에너지를 쓰는 많은 일들 중에서 싫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들이 또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