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커피를 이른 나이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나때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 고오급 커피 마신다며 놀림받고 그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끼니는 걸러도 커피는 거르는 날이 없다.
이렇게까지 커피가 일상인 사람이었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을 집에 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거금이 든다.
지금 벌이에 겨우 커피를 위해서?
오바 아닌가?
그렇지만 쿠팡 22개월 할부의 은총을 받아 용기를 냈다.
어차피 커피값으로 한 달에 6만 원 이상은 쓰니까.
막상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이고 나니 이 좋은 걸 왜 진작 들이지 않았나 후회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만족스러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는 머쓱했다.
예를 들어 좋은 립밤이 있으면 써보라며 선물할 수 있겠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은 쉬이 선물할 수 있는 가격도 아닐뿐더러,
사서 쓰라고 부추기기에도 미안했다.
영업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누가 묻거든, 아주 좋다고 대답만 해왔다.
그랬는데 친구 한 놈이 내가 산 에스프레소 머신과 동일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숙소에 머무르게 되었다며, 커피를 내려 마셨더니 넘 좋다고, 나더러 잘 샀다고 했다.
아마도 정착하는 집에는 캡슐 커피가 아닌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이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 예감만으로도 영업에 성공한 것 같아 기뻤는데, 그랬는데, L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였다!
신난다!
좋아하는 걸 영업하는 건 복잡하지만 즐거운 일이다.
얼른 여유로워져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턱턱 선물하며 영업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갈수록 즐거울 일이 잘 없는데 즐거울 게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