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20일

울다가 웃으면?

By In DAILY

지금까지 살면서 기절할듯 놀랐던 순간이 딱 한 번 있었다.
미국에서 돌아와서 아빠를 처음 봤을 때였다.
아빠가 아프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어떤 모양새인지 알려준 사람도 없었고, 상상할 수도 없어서, 그저 놀랐다.
풍채가 좋던 모습을 보고 떠났는데 해골같이 마른 모습이었다.
그 이후로 처음이다.

환기도 할 겸 산책을 나섰는데,
어떤 사람이 그만 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A는 그분을 만류했고,
그동안 나는 119에 신고를 했다.
결론적으로 그분은 살았다.
30분이 억겁의 시간 같았다.

이 일기는 너무 놀랐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던 산책길 끝에 벌어진 일이라,
이 산책길을 다시 걸을 수 있을까 A에게 물었는데,
이제는 사람을 더 잘 구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걸어서 더 많이 구해야 하지 않겠냐 그랬다.
그리고 이것도 한 9번 정도 겪으면 무뎌질 거니까 걱정 말랬다.
놀라자마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느라 내 상태를 몰랐다가,
일이 다 끝나고 나서 안도하면서 눈물이 줄줄 흘렀는데,
A의 말을 듣고 빵 터졌다.

그래 사는 건 이렇게 똥꼬에 털 나는 일이구나 생각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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