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바꾸면 앱 정리를 하게 된다.
MOON-Current Moon Phase라는 앱은 몇 번의 정리에도 살아남았다.
오늘의 달이 어떤 모양인지 보여주는, 정말 별거 없는, 아무도 안 쓸법한 앱이다.
저녁 풋살이 있는 날이라 달이 뜨는 시간에 밖에 있었다.
보름달이 떠 있었다.
마침 빌 소원도 있었고, 크기도 크고 황금빛인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
보름달 떴으니 혹시 산책 나가거들랑 달 한번 보라고.
그랬는데 웬걸, 보름은 아니라며 MOON 앱의 사진을 보내는 게 아닌가.
마음으로 빌면 뭐든 닿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유서를 고민하는, 농담 반 진담 반인 상태의 친구를 생각하며, 제발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계속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