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다시는 내가 PTA 영화를 보나 봐라 하고 영화관을 박차고 나왔다.
매그놀리아였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폴 토마스 앤더슨 기획전을 해서 갔다가 가래침만 뱉어주고 나왔다.
이따위 미국놈을 빨아주는 사람은 왜케 많아 이럼서 내가 이 사람 영화를 다시 보면 사람 아니다 했다.
그래도 내심 내로라하는 감독인데 한 편 가지고 내치면 쓰나 싶어 펀치 드렁크 러브도 시도했지만 보다가 껐다.
명확히 뭐가 싫다기보다는 상성이 안 맞다고 해야 할까.
두 영화 다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남아있는 감상은 정신없음이다.
불쾌하게 정신없었다.
그 시절이면 수난 서사에 감겨있던 때라,
웬만한 영화는 거의 소화해낼 수 있었던 때인데도,
PTA 영화만의 어떤 불쾌감이 견디기 힘들었다.
근데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이번주 필름업 영화에 PTA 영화가 선정되었다.
누가 나한테 공신력을 들이대거나 그러는 게 아니니까 분명히 조작할 수 있었다.
후보에서 제외한다거나.
여러 계정을 동원해서 다른 영화에 투표한다거나.
근데 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 차라리 사람이길 포기했다.
세상에 PTA 영화를 볼 일이 생길 줄이야.
사람일 어떻게 될지 절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