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꼭 절절거리는 노래를 좋아한다.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여행을 떠나요 같은 노래는 도무지 좋아지지가 않는다. 고추잠자리 역시 그랬다. 창밖의 여자, 촛불, 그 겨울의 찻집 같은 곡들만 좋아하다가 이번에 어쩔 수 없이 다 들었다. 콘서트는 가수가 정한 셋 리스트를 잠자코 들어야 하는 자리니까. 고추잠자리의 전주가 나왔을 때는 분명 심드렁했다. 첫 번째 ‘아마 나는’에서 어라? 했고 두 번째 ‘아마 나는’에서 기절했다.
75세의 나이에 3시간 동안 서서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시간을 거스르는 사랑은 이런 거구나 했다. 무엇인가를 이렇게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겠지만, 그게 음악이어서 더더욱 낭만적이었다. 노래라는 건 너무 많은 걸 말하다가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도 한다. 다 알아들은 것 같다가도 하나도 모르겠고, 이게 좋았다가도 어떤 날은 저게 좋고, 그런다. 종잡을 수 없어서 낭만적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