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3일

잘자

By In DAILY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새로 런칭할 서비스의 광고계정을 세팅할까 하고.
그랬는데 웬 부고 글이 뜨는 게 아닌가.
민규가 지난달에 죽었단다.

내 페이스북 피드를 내리니 우리가 나눴던 대화가 나왔다.
서로를 babe로 부르고 있었다.
맞다 친했었지.

민규는 초등학교 1학년 친구다.
아주 오래전 겨우 1년 동안 알고 지낸 애를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걔 생일파티에서 처음 탄산음료를 양껏 마셨었기 때문이다.
2학년이 되던 해 내가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 가면서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어 내가 미국에 갔을 때 다시 연락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걔도 아마 해외 어디에서 유학 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걔도 페이스북을 했었고, 출생지를 경주로 설정했다가, 친구 추천에 떠서 알게 되었던가.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이 유행하기 전이었던 때라 사람이 적은 덕분에 운이 좋게 서로에게 닿았다.
그 이후로 둘이 엄청 친해졌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영어가 마더텅인 인간들을 저주하면서!
애매한 영어와 한국어로 가장 대화가 잘 되던 친구였다.

민규의 피드에 들어가 스크롤을 내렸다.
내가 초등학교 때 쓴 일기에 너가 나왔다며 일기장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걔가 메롱 해서 때리려다 참으니 약이 올랐다는 내용에 안 때려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달아놨다.
8년 전이었고 마지막 대화였다.

잘 지내다 어쩌다 마주쳐 다시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서 미리 갔을까.
나는 이번에도 또 죽은 사람 계정에다 대고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게라도 맺어야 내 마음이 접히니까.
곧 사라질 계정에라도 인사를 남겨놔야 사라진 존재에게도 닿겠지.
사이버 천도재 같은 개념이랄까.
나는 또 이렇게 헛소리를 하면서 어떻게든 마음을 달래본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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