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셋이 모였다.
그동안은 고양이친구와 둘만 만났는데 드디어 독일친구가 합류하면서 완전체가 됐다.
나는 왜 얘네들이랑 있으면 편할까.
당위가 필요 없다는 게 이렇게 큰 해방감을 주는 걸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게 맥락과 상관없는 이야기여도 언제든 끼어들어 할 수 있다.
대화 도중에 혼자 생각에 잠겨도, 장난을 4절까지 해도, 뭐든 해도 된다.
저녁을 배가 가득 차도록 먹고 나오니 옛날처럼 하염없이 걷고 싶었다.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 친구 하나랑, 여독이 남아 보이는 친구 하나와, 계속 걸었다.
둘은 하품을 하면서도, 집에 갈 차편을 들여다보면서도, 아직 계속 걸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서서 반대로 걸어도 그냥 그렇게 걷게 뒀다.
나중에서야 내가 반대였어 했더니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웃고 말았다.
오랜만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하면서 걸었다.
친구들이 이렇게 계속 같이 걸어주면 좋겠다고 걷는 내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