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그렇게 조교님들 방에 시비를 걸러 갔다.
다른 학생한테 친절하게 대하지 말라는 둥, 이 소파는 내 전용 소파니까 아무도 못 앉게 하라는 둥, 어떤 교수님 자료는 인쇄해 주지 말라는 둥, 저번에 왔을 때 없던데 업무를 그렇게 소홀히 해도 되냐는 둥…
말도 안되는 농담을 해도 조교님들은 웃어주셨다.
그때 확실히 알았다.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들이랑 있을 때 가장 편안한 상태가 된다.
느슨해진 상태에서 아무 말이나 하다 보면 간혹 뜨끔할 일이 생긴다.
너는 왜 네 또래랑 안 놀고 자꾸 여기 오냐 그러시길래,
낯을 너무 가려서 그렇다고 했더니,
낯을 가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가리는 거겠지라고 하셨다.
그런 말을 들으면 우쒸 들켰다 싶으면서도 묘한 짜릿함을 느낀다.
관통당하다니!
학교 졸업하고는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을 만날 일 없다가,
풋살팀에 들었는데 나이 많은 언니들이 있었고 역시나 언니 자석이 되었다.
졸업 이후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누가 그러라고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어른인척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나름대로 되게 잘 수행해왔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꽤나 멋진 어른 된 것 같아서 취해있었다.
그랬는데 풋살 언니가 나보고 애기라는 거다.
우쒸 나 어른인데 발끈하면서도 묘하게 짜릿했다.
맞아.. 나 아직 애긴데…
오랜만에 옛날 생각나는 재미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