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두통이 가시지 않았다.
참다 참다 알약을 먹을 정도였다.
히터를 줄이자니 너무 춥고 히터를 안 끄자니 정수리가 뜨끈뜨끈하고.
머리 위에 물수건을 얹어두고 일을 했다.
당연히 직원들이 눈치를 본다.
온도를 내릴까요, 날개 방향을 바꿔볼까요, 잠깐 끌까요…
내가 백날 신경 쓰지 말아라 해도 어찌 눈치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눈치 보게 하는 게 미안해서 물수건을 내려놓으면 바로 정수리가 건조해지면서 열이 난다.
쓰고 다니는 비니에 물을 적셔서 쓸까 했다가 머리 전체가 젖으면 감기에 걸릴게 뻔하니 그냥… 눈치 보는 직원들에게 계속 미안해하기로 했다.
빌어먹을 추위!
보통 집에 오면 두통이 가시는데 이번 두통은 고약했다.
하필 생리 시작 전이라 생리전 증후군인가 아리까리 했다.
이럴 때는 원인을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
두통약을 먹으면 두통이 가신다는 걸 확인했으니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 먹는 걸로 하고,
의심되는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
너무 추워서 하도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목 등 허리가 빠근했다.
나름대로 기지개를 켜면서 스트레칭을 했지만 여전히 불편했다.
이럴 때 A에게 SOS를 친다.
혹시 등 좀 눌러줄 수 있냐고.
A가 등을 누르면 으드득 으드득 소리가 나면서 몸이 정렬된다.
어디를 딱 눌렀는데 으드득하더니 머리에 피가 도는 느낌이 났다.
그렇게 두통이 사라졌다.
빌어먹을 추위!
체온 자체를 높여야 할 것 같아서 반신욕을 했다.
반신욕을 매일매일 하고 싶지만 생각보다 번거롭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에 반신욕을 제일 많이 한다.
물 밖으로 나와 수건을 두르기까지 그 잠깐의 추위가 앞전의 좋은 기억들을 다 잡아먹는다.
수영을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수영을 참을 수 없어질때야 가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하물며 수영도 참을 정도인데 그 정도에 못 미치는 반신욕을 챙겨 할 리가 만무하다.
근데 오늘은 좋은 기억을 단숨에 퇴색시키는 그 잠깐의 추위를 이겨 내야 할 만큼 몸이 안 좋았다.
막상 뜨끈한 물에 몸을 지지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나중에 화장실 리모델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부자가 되면 화장실에 보일러를 깔고 말 것이다.
이 거추장스러운 몸뚱어리로 4계절이 자랑인 한국에서 평생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지..
일단 당장 이번 겨울부터 어떻게 버텨야 할지 아득하다..
겨울의 한국을 살지 않아도 되는 인생을 만들겠다고 다짐에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빌어먹을 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