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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워낙 물을 안 마시기도 하고, 내내 왔다 갔다 물 뜨러 다니기도 눈치 보이고, 그렇게 물을 챙겨 먹는다 한들 먹은 양이 가늠도 안 가고, 게다가 따뜻한 물은 비린 맛이 강해서 먹기도 불편하다.
환절기를 맞아 우엉차를 우려서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지 어언 두주가 되었다.
1.5리터짜리 텀블러에 가득 담아 숙제처럼 마신다.
아직 바닥을 보인 날은 없지만 콸콸콸 버릴 만큼 남지는 않는다.
아니 뭐 누구는 하루에 물을 2리터 이상 마셔야 한다 그러고, 누구는 물은 갈증이 날 때만 마셔도 된다 그러는데, 어쨌든 물을 많이 안 먹는데 건강하진 않으니, 물을 한번 챙겨 먹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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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먹는다고 하니까 미국 사촌 오빠가 생각났다.
물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물은 eating 하는 게 아니라 drinking 하는 거라고 알려줬다.
한국말로는 물을 먹어도 된다고 했더니 chewing 하지 않는데 어떻게 eating이냐며.
그러게.. 일리 있다며 앞으로 마신다고 하겠다고 했다.
그때가 나는 유치원을 다닐 때였고 오빠는 초등학생이었는데 꽤 논리적인 대화가 이뤄졌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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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물놀이를 충분히 못했다.
다낭 워크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바다에 몸을 맡기고 둥둥 누워있었다.
물에서는 몸이 자유롭다.
팔다리를 사방팔방 휘둘러도 된다.
눈을 감으면 날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피부를 까맣게 태울 수 있는 건 덤이다.
내년에는 꼭 질리도록 물놀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