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5일

초딩과 비둘기

By In DAILY

홈플러스에서 파는 초밥은 20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요즘 애들 말로 내 돈 내 산하는 날이 오다니.
하나도 바뀌지 않은 구성으로 수십 년을 팔고 있는 홈플러스 초밥을 사 먹어봤다.
홈플러스에서 나와 큰 건널목 하나를 건너면 공원 하나가 바로 있다.
나름 연못도 있고 분수쇼도 해준다.
주말이면 상암 주민 모두가 여기 나와있다.
나도 초밥을 들고 난리통에 합류했다.

파라솔 자리도 하나 차지할 겸 편의점 라면을 끓여다 같이 먹었다.
이미 인간들로 북새통이었건만 먹거리가 있으니 비둘기들도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비둘기는 날아다니는 쥐 같다.
차라리 쥐는 인간을 피해 도망이라도 가지.
얘네들은 쫓아도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이다.

나들이 나온 초딩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소리를 빽빽 질러대고 무슨 항공모함 같은 비행기를 날리면서 놀았다.
나 때는 색깔 종이 사다가, 날려도 픽픽 고꾸라지는 손바닥만한 비행기를, 직접 접어만들곤 했는데 말이지.
성인 상체 길이만한 위협적인 비행기를 파라솔 주위에서 날리고 있으니 이거 바람 잘못타면 사람치겠다 했는데..
결국 내가 맞고 말았다.
처음엔 비둘기인줄 알고 아씨!!!!하고 팩 돌아봤다.
내 등에 맞고 떨어진 비행기랑 그 비행기를 주우러 오는 초딩이 보였다.
세상 쫄아있는 표정으로 몇번이고 인사를 하기에, 그래 아이 하나 키우는데엔 온 동네가 필요하다 했어 하면서, 활짝 웃어줬다.

밥 한 끼 먹으러 나와서 초딩한테 한대 맞고 비둘기는 내내 찝쩍거리니 이거 내가 견딜 수 있는 나들이가 맞나 헷갈릴 즈음.
초딩들이 비둘기를 쫓아주기 시작했다.
새로운 놀잇감을 찾은 것이다.
쫓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숨 돌릴 즈음에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는 비둘기는 완벽한 놀이 상대였던 것이다.
이야 이렇게 아다리가 맞는구나.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비행기를 두세 번 더 맞아 줄 여유가 생겼다.

아주 즐거운 나들이었다.
물론 집에 돌아와서 낮잠을 두 시간이나 잤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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