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인가.
복근을 만들겠다고 한창 깝쭉대던 시절이 있었다.
고강도 운동을 진행하는 동시에 고강도 식단을 했다.
며칠 내리 절식을 하고 하루 정도 치팅데이를 가졌다.
그날의 치팅 메뉴는 체리였다.
체리 몇 개를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조금 더 먹겠다고 손을 뻗었는데 A가 할당량을 넘기면 안 된다며 못 먹게 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주체를 못하고 오열을 했다.
이깟 체리도 못 먹고 이게 사람 사는 게 맞냐고.
너무 서러웠던 날이라 아직도 선명하다.
웬만한 것들에 동요가 잘 안되는 편인데, 음식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나약하다는 걸 확실하게 인지했다.
나는 결국 복근을 못만들고 그 시기를 마무리했다.
이후로는 배탈 외에는 음식을 못 먹을 날이 없었다.
배탈이 나면 입맛이 없으니 안 먹은 거지 못 먹은 건 아니겠다.
어쨌든 곡기를 조금도 끊지 않는 생활을 하다 대장내시경 때문에 처음으로 절식과 금식을 했다.
금식은 오히려 쉬웠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배가 고픈 줄도 몰랐으니까.
대신 직전 날 흰죽만 먹어야 했던 두 끼니가 곤욕스러웠다.
흰죽을 얼마나 노려봤는지 모른다.
김치만 있으면 몇 그릇이고 뚝딱하겠건만.
김치에는 고춧가루가 있어서 그게 내시경에 달라붙을 수도 있다나 뭐라나.
배곯은 적 없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모르고 살았는데 이번 기회에 알았다.
누가 이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거들랑,
대장내시경 할 때 흰죽만 먹어보니까 김치가 가장 먹고 싶었었다고 대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