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4일

첫눈

By In DAILY

올해 첫눈이다.
그것도 함박눈으로 왔다.
낭만 없는 한국에서도 눈이 오면 얘기가 다르다.
절대 들어가지 않을 길에도 발자국을 찍으러 들어갔다 나온 흔적이 있다.
여기저기 눈사람이 만들어져있다.
내일 출근 어떻게 하지. 눈 더 오면 안 되는데. 따위의 생각이 들다가도,
신난 사람들의 마음에 괜히 저주를 내리는 것 같아 속으로 삼킨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썼던 일기에 한국에 온 이후로 나는 사람들 뒤통수만 보고 걷는 것 같다고 썼다.
그들을 허겁지겁 따라잡는 게 버거웠다.
눈이 오면 사람도 차도 드디어 천천히 움직인다.
뭐에 쫓기듯 급하게 어디론가 가던 사람들이,
눈 위에 찍히는 발자국을 본다고 뒤를 돌아보거나,
가던 길을 멈춰서 눈을 뭉치며 놀거나,
아예 짐을 내려놓고 눈사람을 만든다.
뭔가에 쫓기듯 급급하게 사는 한국인들이 갑자기 느려지는 모습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것이다.
항상 그들 틈에서 느끼던 외로움이 눈 위에 있을 때면 사르르 녹는다.

그나저나 어느새 그들보다도 더 급급해져서 출근 걱정이나 하고 있다니.
다행히 한국인이 다 됐고 동시에 싫어하던 모습을 갖게 되어 마냥 다행이지도 않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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