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취 집은 학교 앞 코딱지만한 원룸이었다.
입주를 하고서부터 옆 건물이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바닥을 뚫는 진동이 주변 건물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하던 공간은 학교 편집실 독방이었다.
집이 너무 시끄러우면 갈 곳이 있었다.
두 번째 자취 집은 20층짜리 레지던스 호텔이었다.
호텔이 망해서 오피스텔처럼 분양이 된 곳에 운 좋게 들어갔다.
내 집은 복도 끝에 위치한 제일 가생이 방이었다.
복도 끝이자 우리집 바로 앞에는 큰 창문이 하나 있었다.
해가 질 때면 집에서 나와 그 창문을 열어놓고 노을을 구경했다.
창문너머에는 5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이 있었지만 운이 좋게도 나는 6층에 살았다.
1년을 못 넘긴 시점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옆 오피스텔 앞에 계속 이삿짐센터 차가 왔다.
불길했지만 설마했다.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이삿짐센터 차가 오지 않는 날부터 굴삭기가 오기 시작했다.
건물을 부수는 소리는 바닥을 뚫는 진동만큼이나 시끄럽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최악이었던 건 바로 옆에 있는 5층짜리 오피스텔뿐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오피스텔도 부수고 옆옆에 있는 오피스텔도 부쉈다.
가생이집이었던 우리집은 공사의 소음과 진동을 직빵으로 받아냈다.
낡고 오래된 오피스텔 3동은, 20층 2동짜리 풀옵션 복층 오피스텔로 바뀌었다.
당연히 내 노을뷰는 건물 외벽에 가로막혀 사라졌다.
이때는 주말마다 장한평역 스타벅스가 오픈할 때 가서 문 닫을 때 같이 나왔었다.
세 번째 집은 다세대 투룸 주택이다.
현재도 살고 있다.
이사 오고 나서부터 우리 앞옆, 그러니까 대각선 방향의 2층짜리 주택을 부수기 시작했다.
1층짜리 건물로 리모델링을 하더니 카페가 생겼다.
그 후엔 바로 그 옆의 5층짜리 건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다시 5층짜리 신식 건물이 들어섰다.
그 뒤로는 옆옆건물이 리모델링을 했고, 앞옆옆옆 건물은 증축을 했다.
지금은 앞건물의 뒤쪽 마당에 건물을 새로 짓고 있다.
다세대 주택이야 이해를 한다 쳐도, 심지어 집 뒤쪽에 있는 번듯한 웨딩홀도 공사를 시작했다.
갑자기 꼭대기 층을 잘라냈다.
멀쩡한 건물의 꼭대기를 잘라낼 수 있구나.
그러더니 철근을 대고 한층을 더 쌓아올렸다.
멀쩡한 건물도 공사를 한다.
이 집에 살면서 ‘두두두두’와 ‘지이이잉’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렸다.
네 번째 집은 아파트다.
다세대 주택들 옆에 3동만 띨롱 있는 작은 아파트다.
지금 사는 집 근처긴 하지만 그쪽 다세대 주택들은 모든 건물들이 리모델링을 마친 상태다.
한쪽은 공사가 기약없는 공터고 반대편은 대로변이다.
더 이상 공사는 없겠지 했는데 오늘 출근하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다음 주면 입주하는데.. 상암 사는 6년 동안 펜스만 쳐져 있던 그 공터에… 공영주차장을 짓는 대형공사가 시작됐다….
아니… 최근에 가로등이 설치됐길래, 안 그래도 펜스가 길을 너무 어둡게 만드는데, 공사가 더 미뤄지려나 보다 했다.
자재를 지금 나르는 걸 보면…. 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지….ㅜㅜㅜㅜㅜ
이제는 하다하다 공사와 함께 입주를 한다.
악!!!!!!!!!!!!!!!!!!!!!!!!!!!!!!!! 공사 그만!!!!!!!!!!!!!!!!!!!!!!!!!!!!!!!! 한 세달동안 하려나!!!!!!!!!!!!!!!!!!!!!!!!!!!!!!!!!! 이렇게 생긴 부지가 세덩이나 되는데!!!!!!!!!!!!!!!!!!!!!!!!!!!!!!!!!!!!!!!!!! 날좋을때 분진가루 대박이겠다!!!!!!!!!!!!!!!!!!!!!!!!!!!!!!!! 다음집은 부디 공사가 없는 곳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