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7월 06일

길게 참을 때 얻게 되는 것

By In DAILY

첨성대 앞에서 커피숍을 할 때 알게 되었다.

바구니가 달린 고물 자전거를 거금 5만원을 들여 샀다.
한여름이든 한겨울이든 심사가 복잡할 때 냅다 자전거를 탔다.
코스는 언제나 같았다.

1시간 20분 남짓 걸린다고 나오지만 거의 2-3시간이 걸렸었다.

보문 호수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꽤 긴 오르막길이 있다.
거길 쉬지 않고 밟았다.
잠깐이라도 멈췄다가는 다신바퀴를 굴릴 수 없을 것 같아서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도 절대 쉬지 않았다.
이때 무엇이든 끝이 있다는 진리를 체화했다.
그 끝에는 짜릿한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도.

자전거를 만나기 전에는 마음이 이는 대로 감정들을 분출했다.
좋은 감정, 나쁜 감정 할 것 없이.
에너지 레벨이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아져 갈 때,
우연히 자전거를 갖게 됐고 진이 빠지게 탔다.

몸이 녹초가 되면 일렁이는 마음이 강제로 잔잔해진다.
마음이 잔잔해지면 머리가 맑아진다.
그러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감정은 가속이 붙는다.
내가 어떤 감정을 격하게 느낄 때 이성적으로 정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감정을 이성으로 바라본다는 게 말장난 같긴 하지만 자전거가 일러준 인생 치트키다.
참기 위해선 일단 나를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진상 손님과 기싸움을 할 때면 참는 게 이기는 거고 스스로를 위해 참아야 한다고,
인생 선배인 엄마의 말씀에다가 그러다 화병 나 일찍 죽으면 그게 날 위한 거요? 했는데,
참는다는 게 그저 감정을 꿀꺽 삼키는 거라고만 생각했던 어린 그릇이 참 당돌했다 싶다.

참는 건 속에 담아두고 삭히는 게 아니라 끊어내는 과정이다.
걸어오는 시비를 담아두는 게 아니라 거부함으로써 결국 상대도 무력화 시키는, 대단한 전술이다.
인내의 끝은 망각이니 이것 또한 얼마나 짜릿한지.

자전거는 두 바퀴가 모두 펑크가 나고 휠이 구부러져서 버렸고 그 후로 자전거를 가져본 적이 없다.
진리를 깨치기 위해서 수련이 필수적이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어림짐작해 본다.
머리보다 몸이 빠를 때가 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1 Comment
  1. […] 않고 시간 낭비가 아닐까 계속 의구심이 드는 불안한 구간이다. 두 번 중 한 번은 이미 소개한 적이 있으니 오늘은 그때보다 더 전에 겪었던 이야기를 하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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