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9일

딱 그만큼

By In DAILY

옛날에 서비스도 음식도 그저 그런 가게에서 회식을 한 적이 있었다.
나오면서 ‘잘 먹었습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먼저 나온 일행 중 한 명이 내게 말을 건넸다.
“진짜 잘 먹었어요? 나는 빈말을 못해서 그냥 나와버려.”
당연히 저렇게 말을 한 사람이 이상했던 거지만 내 말이 빈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는 걸 처음 인지했다.

그때는 딱히 되받아 칠 말을 찾지 못했다.
잘 먹지 못했는데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게 빈말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딘가 찝찝하지만 빈말이 주는 어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나는 하루에도 너무 많은 빈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아침이 아니어도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고, 누군가 일 처리를 잘못해놔서 화가 나도 일단 이만하면 잘했다고 말해 주고, 선택을 할 때 좋진 않아도 싫지는 않아서 어차피 하게 될 선택일 때는 좋다고 말한다거나…
참말로 빈말투성이 인간이 따로 없는 것이었다.

피곤한 아침입니다,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좋진 않은데 싫지도 않으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굳이 솔직히 말하는 게 맞나?
식당에서 불만족스러울 땐 굳이 좋게 인사하고 나올 필요가 없나?
반대의 경우가 그리 멋지지 않아 보여 차라리 빈말 인간으로 살기로 했었다.

그랬는데 오랜만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잘한다는 말을 또 들었다.
근데 참 신기한 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서 그런 척은 못해.”
이번에도 옛날처럼 “아.. 그래요?” 하고 그냥 넘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 앞에서 “아.. 그런가요?”라고 대답한 게 바보 같아서 마음에 걸렸었는데 그보다 더 좋은 대답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말만큼으로만 들린다면 그만큼으로만 들으라지.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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