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30일

또다시 안녕

By In DAILY

세상 만물은 모두 피고 진다.
이별은 당연한 수순이다.

가장 좋아했던 쌀국수집이 급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사장님 건강이 많이 악화되셨다고 한다.
매일 새벽 4-5시부터 육수를 고아서, 점심 한상을 내놓는 장사를, 혼자서 3년이나 하셨으니 그럴 만도 하다.
쌀국수를 못 먹게 되어 아쉽다는 투정을 부릴 수 없다.

화요일 저녁에 기습으로 공지가 올라왔다.
이번 주 목요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는 글이었다.
깜짝 놀랐지만 마지막 날이 당장 내일이 아닌 것에 감사했다.

아침부터 작은 엽서에 그동안 감사했다는 편지를 썼다.
1주년, 2주년, 3주년 기념 때마다 가서 특별 쿠키도 얻어먹었고, 오래오래 장사해달란 말을 했었는데, 혹시나 그 말이 너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싶어 괜히 죄송했다.
그래서 편지에 그 마음을 담았다.

늘 가던 시간에 가서, 늘 앉던 자리에 앉아서, 늘 먹던 쌀국수를 먹었다.
다 먹고 일어날 채비를 하니 부엌에서 사장님이 나오셨다.
평소라면 부엌에서 얼굴만 빼꼼 내미셔서 눈을 마주쳐 주셨을 텐데, n주년 기념일 때처럼 나오셨다.
그때는 쿠키를 슬쩍 건네주셨는데, 오늘은 쿠키 대신 작별 인사를 건네셨다.
마지막 날인 만큼 웨이팅이 긴 바람에 인사를 길게는 못했다.
오히려 더 나은 작별이었을지도 모른다.
편지를 카운터에 던지다시피 드리고 평소처럼 서둘러 나왔다.

생각해 보니까 한 번도 간판을 찍었던 적이 없던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점을 찍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