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1월 28일

뜻밖의 선물

By In DAILY

생일선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우리 집은 딱히 생일을 챙기는 집은 아니었다.
가족 구성원 4명 중 3명이 2월 생이어서 2월마다 케이크 하나로 같이 생일을 축하했다.
초등학교 시절 롯데리아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 친구가 잠깐 부러웠던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왠지 내가 감자튀김을 좋아해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었던 것 같다.

대학교에서 친해진 삼총사도 초반에는 서로의 생일선물을 열심히 챙겼지만 나중에는 거한 식사와 편지 정도로 간소화되었다.
한 명은 물 너머 살고 나머지 한 명도 다리 건너 살면서, 일 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 사이가 되고서부터는 생일 당일 카톡 인사로 퉁치고 있다.

A 하고도 갖고 싶은 물건을 서로 사주는, 그러니까 어차피 또이또이지만 기분이라도 내자고 했다가, 이제는 갖고 싶은 것도 없고, 그마저도 귀찮아져서 기념 삼아 맛있는 한 끼 식사와 조각케익 하나 먹는 게 각자 생일의 전부다.

미적지근하기 짝이 없다.

오늘 가는 실내 풋살구장은 강 건너에 있어서, 집 근처에 사는 친구들을 픽업해 가는데, 애들이 삐쭉삐쭉 거리더니 종이봉투를 툭하고 건넸다.

“일단 선물을 열어보시기 전에 할 말이 있어요. 평소에 뭐 좋아하시는지 티가 너무 안 나서, 알려주신 적도 없고 그래서 몇 가지 후보 중에 가장 좋을 것 같은 걸로 저희들이 골랐는데요. 영수증을 넣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A/S를 받으려면 영수증이 꼭 필요하대요. 그리고 안에 보증서랑 케이스도 꼭 보관하셨다가 1년 후에 버리셔야 해요. 가격을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넣은 거예요. 포장 열심히 했는데 안 예쁜 것 같으니까 마구 찢어주세요…(중략)”

어떻게 선물을 고르게 되었는지, 원래는 어떤 작전을 짰는지, 선물 사러 파주까지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재잘재잘 풀어 놓는데 그동안 말 못 하고 어떻게 참았나 싶어서 깔깔 웃었다.

내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들 마음을 써주는지 정말 고마웠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땃해졌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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