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면을 정말 좋아한다.
일단 원디쉬 푸드고, 만들기도 쉽고, 국물도 있고, 면이라 먹기도 간편하다.
계란까지 풀면 탄단지가 완벽한 완전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싼 가격 탓에 불량식품이라는 오명을 썼다.
한국인들은 라면을 끼니로 먹으면 끼니를 떼운다는 표현을 쓴다.
나참.
같이 살고 있는 A도 라면을 불량식품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안타깝다.
얼마나 중증이냐면 나에게 ‘쓰레기’를 그만 먹으라고 충격 요법을 쓰기도 한다.
농심라면만 잡수실 수 있었던 92세까지 장수한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줘도 영양소가 얼마나 풍부한지 비타민도 들어있다는 증거를 들이밀어도 그녀는 귀를 닫고 고개를 내저을 뿐이다.
한국 매스컴은 라면을 매도하는 기사를 그만 내야 한다.
다년간 라면을 지키기 위한 나홀로 투쟁을 벌이다 최근 포기 선언을 했다.
잔소리도 그만 듣고 싶고 라면이 쓰레기로 불리는 일을 멈추려면 내가 라면을 그만 먹는 게 빠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라면을 먹지 않겠다 선언했는데… 집 앞에 무엇인가 배송되어왔다.
그것은 바로 열라면.
내가 최근까지 가장 좋아했던 있는 라면이다.
토끼 눈을 뜨고 이게 무엇이냐 A에게 물었더니 깔깔 웃으며 한다는 말이 정- 먹을 게 없을 때를 위한 비상식량이란다.
텅 빈 찬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열라면 5개를 보니 어이가 없다.
나를 골리려고 산 게 분명하다.
나의 라면 사랑을 이렇게 농락하다니.
복수해 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