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08일

마음을 곱게

By In DAILY

말은 부메랑이라 결국 돌아온다.
꼭 그렇기 때문에 말을 예쁘게 하고 마음을 곱게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라도 지키려고 해야 한다.
체면 구기는 게 기분 좋은 사람은 당연히 없을 테니까.

엊그제 KTX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사람이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나를 쳐다봤다.
그리곤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콧방귀를 픽 뀌는 게 아닌가.
이런 비언어적 행동에서 내가 알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자리를 잘못 앉았을 수 있겠군.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그렇다 한들 저런 식으로 눈치를 주냐 구리게.

KTX 앱을 열어 표를 확인했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나는 잘 앉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한테 가타부타 말도 없이 자기 짐을 내 머리 위 선반에 턱 하고 올려놓는 게 아닌가.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바로 다음에 내게 하는 말도 가관이었다.

“9B시죠?”
제 자리에 앉으신 것 같은데요라고나 할 것이지.
당연히 나는 내 자리 9A에 잘 앉았다.
아니라고 대답하며 표를 보여줬다.
말을 더 섞고 싶지 않았다.
좌석부터 호차까지 핑퐁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점입가경이었다.

“12호차시잖아요. 여기 13호찬데요.”라고 한숨을 푹 쉬며 무슨 진상 취급을 하는 게 아닌가.
주위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듯 쳐다봤다.
나는 그냥 객실 내 표시된 호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당연히 12호차였다.

그 사람은 죄송하단 소리도 없이 아까 자기가 올려둔 내 머리맡에 있는 짐을 휙 낚아채서 서둘러 떠났다.
한껏 비아냥대더니 그게 고대로 그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말은 교육을 잘 못 받아 서툴고 미숙하게 할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할 수 있어도, 짐은 왜 먼저 위에다 올려놓냐는 거다.
그거 때문에 몇 배로 모양 빠졌지 뭐.
오늘의 부끄러운 기분을 잘 기억하셨다가 다른 사람 기분은 상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심보 고약한 사람 만나서 이야기 주머니에 에피소드 하나 더 추가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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