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04일

말 잘하기

By In DAILY

최근 팟캐스트를 해보겠다고 무작정 녹음/녹화를 했다.
이미 유튜브도 시도해 봤고, 정부 지원금 최종 발표하러 가서 카메라에 담겨도 봤고, 학교에 초청받아서 가벼운 강연도 해봤지만 한 번도 말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눌한 모습도 나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이름도 정하고 왜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네트워킹에 소극적인 우리에게,
최대의 공중파가 팟캐스트가 아닌가 싶다는 A에 말에 모두 폭소 했었다.
당시에는 그렇게 웃고 넘어갔었다.

어제 편집을 끝내고 최종본을 들어보는데 공중파라는 단어가 뇌리에 남았다.
우리끼리 북 치고 장구 칠 확률이 가장 높겠지만, 낮은 확률이더라도 네트워킹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유려하지 못한 나의 언어들이 더 잘 들리기 시작했다.

글은 퇴고를 하면 되고 영상은 편집을 하면 된다.
원본이 좀 어수룩해도 능숙해 보일 수 있게 다듬으면 된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녹음된 목소리를 단어 단위로 조각내서 도로 붙일 수가 없다.
모든 문장을 동일한 톤으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핀트가 살짝 나간 문장도 속절없이 잘라내야 한다.
화면이 없어서 보조 자막을 달 수 없다.
유튜브였다면 충분히 자막으로 퉁 칠 수 있는 부분도 음성만 있을 땐 아예 다른 맥락이 되어버린다.

우리의 수다를 녹음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쉽게 봤는데 오히려 고급 스킬이 필요한 콘텐츠였다.
준 생방송이었다.
음성 세계에서 어눌함은 스타일로 쳐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이젠 하다 하다 언어 순발력까지 키워야 하나 싶지만, 잘 하면 좋잖아?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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