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나 머리에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얼른 쏟아내고 치워버리고 싶어진다.
말은 주로 뜨거워서 갖고 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지 못한 말이 목에 걸리면 불을 삼킨 듯 뜨겁고, 머리에 남은 말은 열이 오르게 한다.
어릴 때는 당연히 말을 참을 줄 몰랐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할 말과 하면 안 될 말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다.
과묵한 친구들을 보면 언제나 부러웠다.
어떻게 말을 참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크고 나니 그들도 그들만의 고충이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어릴 땐 남을 살필 시야도 길러지기 전이니까 몰랐다.
눈치나 경험이 쌓이며 안 말하기 능력을 갖게 됐다.
처음엔 악착같이 말을 참았다.
그때는 참다 보면 말의 온도가 견딜 수 있을 만큼 낮아진다거나, 아니면 그 뜨거운 온도에 익숙해지는 건 줄 알았다.
지나고 보니 안 말한다는 건, 꼭 해야 할 말만 남겨놓고 나머지 말들은 속에서 태워 없앨 줄 아는 능력이었다.
이것도 알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을 태워 없애는 것이 익숙해지고 나니, 이제는 내보내는 말들을 되짚게 된다.
특히 요즘에는 꼭 해야 할 말이란 건 없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다.
아직 한참 미숙한 인간인 내가, 해야 할 말이라고 판단하는 말이, 진짜 해야 할 말일까 싶다.
이 생각의 끝에는 말을 쉽고 담백하게 할 줄 알면 좋겠다는 바람이 남는다.
어쨌든 말은 참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덜 해야 하는 거구나까지 왔다.
덜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다음엔 무엇이 보일까.
뭔가를 알게 되는 과정은 조금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