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8일

뫼비우스의 띠

By In DAILY

출근을 하면서 뉴스 기사를 읽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영화 단체 5곳이 개최한 2일 ‘한국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선 ‘범죄도시4′의 스크린 독식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범죄도시4는 개봉 후 7일 동안 80% 이상의 상영 점유율을 차지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황금 시간대는 볼 수 있는 영화가 범죄도시4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티켓값은 올랐으나, 객단가(관객 1인당 매출) 상승률은 낮아 제작과 투자가 위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극장 간 출혈 경쟁으로 무료 초대권, 통신사·신용카드 할인을 남발하면서 제작사가 그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파묘’의 경우 적정가(1만2000원)와 지금의 객단가를 비교하면 티켓 1장당 약 900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제작사가 받지 못한 돈이 105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영화제에서 늘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요즘 범죄도시 뿐만 아니라 쿵푸팬더도 상영관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퇴근 후 볼 수 있는 영화가 두 영화 뿐이라 당황스러워하고 있던 참이기도 했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들은 낮 1-3시쯤 포진해있다.
반차를 쓰기도 애매한 시간에 상영을 한다.
영화 하나 보자고 연차를 쓰기는 아깝다.
그렇게 매번 못 보게 되는 수순을 밟는다.
아마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로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 좋은 시간대를 배정받은 영화가 처참한 결과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프라임타임에 배정받아도 주목을 받을까 말까 하는데 말이다.
상영관이 10개라고 쳤을 때 그중 8개나 한 영화로 채우고 있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개만 양보해서 7개만 채우면 안 되나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전 국민이 한 영화를 다 보게 만드는 거보다, 한 사람이 여러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게, 매출 측면에서도 관객의 입장에서도 좋은 거 아닌가?

다들 비슷한 생각이겠지 하고 스크롤을 쭉 내려 댓글을 읽었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자본주의자에다 성과주의자에다 결과주의자일 줄은 몰랐다.
영화관이 팔릴 영화를 파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어 놓고 남 탓하지 말라고 한다.
포럼의 포인트가 그게 아닌데도 징징거린다로 읽혔나 보다.
대형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한다고 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극장 간 경쟁이 심해져 치킨게임이 되니 적정선을 맞추자는 얘긴데.
티켓값비싸다고 화낼 때는 언제고.

옛날 같으면 사람들은 왜 제멋대로 읽고 쉐도우 복싱을 하지라고 화가 났을 텐데,
오늘은 이렇게 댓글 단 사람들 중에, 본인들이 말하는 재미없는 영화를 돈 주고 봐서, 돈이 아깝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해졌다.
불편해 본 적도 없으면서 왜 불편해하지 말라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걸까.
정작 필요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필요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의해 묵살된다.
아니.. 범죄도시 한 달 내내 이렇게 틀면, 자기들도 한번 보고 나서는 볼 영화 없다고 할 거면서!
게다가 이런 구조를 지지하면 티켓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인데, 티켓값 올린다고 하면 또 득달같이 달려올 거면서!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이런 뫼비우스의 띠 같은 논쟁에서, 묘수를 둘 수 있으려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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