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9월 28일

바르셀로나 8

By In TRIP

드디어 노을을 보러 갔다.
일몰 시간을 체크하고 30분 정도 넉넉하게 도착하는 일정으로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향했다.
구름이 적어 살짝 불안했지만 믿음을 갖고 기다렸다.
해는 지는데 하늘의 색이 영 시원찮았다.
주황색도 아니고 하늘색도 아니고 미적지근한 상태가 일몰 이후에도 이어졌다.
5분만 기다려보자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포기할 수 있었다.

근데 미련은 지독한 것인지 돌아가는 길에 한 번씩 뒤돌아 보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그랬는데.

푸르스름하게 달이 뜨기 시작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던 발걸음을 거뒀고 다시 노을 스팟으로 돌아갔다.
해가 지면서 만들어 내는 게 노을인 줄 알았는데 달빛으로 노을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달이 점점 밝아지면서 하늘은 붉게 변했다.

기다렸다 한들 볼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었을 테지만, 뒤돌아 보지 않았다면 놓쳤을 풍경을 바라보며 안도했다.
아무리 앞으로 가는 확신이 있더라도 가끔 뒤를 돌아보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도 빌었다.
옛날이라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했을 테지만 이제는 이렇게 지금처럼 잘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나보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1 Comment
  1. 바르셀로나 3 – HERSHEY 2023년 09월 29일

    […] 동안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던 덕분에 못한 게 하나 있다.내가 꼭 보고 가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노을인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엔 노을이 생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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