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1월 17일

반계탕 홀릭

By In DAILY

나는 미국인의 입을 가졌다.
고기를 좋아하고 원디쉬 푸드를 즐기는 편이다.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기도 하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번거로운 게 싫어서 한식도 비빔밥 같은 게 제일 좋다.
반찬이 한국인의 자부심이라는데 나는 계란후라이 한 개나 김치찜 한 대접이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햄버거나 피자 또는 샌드위치를 먹고 나면 끼니가 아닌 느낌이어서 밥이 땡긴다는 말도 이해하지 못한다.
배가 덜 찰뿐 아닌가?
한 조각 더 먹으면 되지.
국밥 같은 국물 음식은 영혼의 치킨 수프같이 아플 때 한 번씩 먹어주는 음식이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새로 이사 온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은 당산 마루 능이버섯 삼계탕이다.
미국인은 바로 인상을 찌푸릴 메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인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내재되어 있던 정체성을 찾았다.
뜨거운 국물 한 숟가락에 “키어!!!” 탄식하는 완전한 한국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작년 한 해 동안 삼계탕을 서너 그릇 정도 밖에 안 먹은 것 같은데 이제 1월이 겨우 반쯤 지난 지금까지 5그릇은 넘게 먹었다.
올겨울 안에 그동안 먹어온 삼계탕 수를 훌쩍 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입맛이 바뀐다는 게 이런 거구나.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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