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26일

버스

By In DAILY

어릴 때부터 워낙 멀미가 심해서 이동하는 게 어렵다.
스무스하게 달리는 차가 그나마 낫고 지하철, 열차 순으로 괜찮다.
택시와 버스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멀미를 한다.

요 며칠 A의 부재로 출퇴근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가는 길은 운전을 해서 갈 엄두가 나는데 돌아오는 길이 문제였다.
당산에서 빠져서 노들로에 진입하는 그 구간이, 아무도 안 끼워주는 헬구간인데,
아직 누군가의 안내 없이 그런 곳을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첫날은 지하철을 탔다.

나의 루트는 지옥철까지는 아니다.
휴대폰을 편하게 할 수는 없긴 하지만,
숨을 못 쉴 정도로 사람들의 몸이 밀착되어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냄새와, 사람들의 무게 때문에 지하철이 울렁거리면서 움직이고, 간헐적으로 누군가의 팔꿈치에 머리를 맞다 보면, 멀미가 시작된다.
첫날 사무실에 도착해서 생각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지하철을 도저히 못 타겠다고.
출퇴근길 택시는 길이 너무 막혀서 멀미도 오래 해야 하고 돈도 많이 나오니,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대박.
회사에서 1분 거리 정류장에서 집에서 1분 거리 정류장까지 가는 버스가 한 대 있었다.
배차간격이 넓었다.
주요 노선이 아니구나.
사람들이 빼곡하게 타면 어떡하지.
지하철보다 더 힘들려나.
가는 도로도 버스 전용도로가 아니었다.
택시나 다를 바 없이 막히겠구먼.
그래도 타보기로 했으니까 타기로 했다.

랜덤깡은 성공이었다.
사람이 많이 타지 않는 노선이었다.
가는 길도 분명 막혔었는데, 서울의 버스답게 버스는 막히지 않았다.
지하철보다는 멀미가 났지만 괜찮았다.
오히려 컨디션이 비교도 안되게 좋았다.
무려 퇴근길이었는데.

옛날엔 멀미의 강도가 priority였는데 이제는 밀집도인가보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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