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2월 17일

불협화음

By In DAILY

영화를 보러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는 긴 건널목이 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멀다.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할머니와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마침 바람이 세게 불어 머리카락이 어린 친구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는데,
양손이 어른들에게 묶여있으니 머리카락을 어찌할 수 없어 보였다.
눈과 입에 머리카락이 붙어 불편해 보였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불편함일 텐데 어떻게 어린이가 그걸 견디겠는가.
할머니 쪽 손을 빼려고 하고 안되니까 엄마 쪽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할머니와 엄마는 아이의 손을 더 강하게 붙들었다.
어른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 게 건널목에서 아이가 몸부림을 치니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해 훈육을 하는 것이었을거다.
아이는 양손을 할머니와 엄마에게 붙잡힌 채로 머리카락에 맞으며 건널목을 건넜다.

애가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날 불편하게 하니 잠깐만 손을 놓아주시겠어요?라고 할 거야.
아니면 어른이 건널목에서 갑자기 애가 몸부림치면 얘가 지금 어딘가 불편해서 그러는구나 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둘 거야.
애 한쪽 손만 놔주지 또는 애도 땡깡 부리지 말고 말로 하지도 제 3자가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세상만사가 다 이렇겠지.
그래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말도 있을 것이다.
근데 왠지 모르게 오늘 느낀 건 불협도 화음이라는 것이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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