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8월 31일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

By In MOVIE

요 며칠 연이어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에 <판의 미로>를 다시 볼까 했는데, 웬걸 날이 화창하게 갰다.
바람에서는 햇빛에 바짝 마른 이불 냄새가 났다.
얼마 남지 않은 선선한 여름을 장식하기 적절한 영화를 찾기로 했다.

<해피투게더>는 너무 질척거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은 너무 사뿐한가?
아싸리 아핏차퐁 영화가 좋을까 아니면 <해피 아워>가 나은가?
결국 하루가 다 가도록 영화조차 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후보만 잔뜩 떠올리다 업무가 얼추 끝나는 시간에 내일 아침 먹을 죽이나 사러가자 싶어 밖을 나섰는데,

오 이거 완전 사누최 재질이잖아?
순식간에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오늘의 영화로 등극했다.

로맨스의 나라로 수입되는 바람에 난데없이 제목에 ‘사랑’이 끼어들고만 안타까운 이 영화의 원제는 <최악의 인간>이다.
요즘 말로 바꾸면 <금쪽이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골 기질로 점철된 주인공, 율리에가 매순간 마음의 선택을 따르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힘을 주고 사는구나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보는 내내 아찔해서 마냥 좋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잘 다니던 의대를 때려치우고 사진작가가 됐다가, 잘 만나고 있던 남자친구를 두고 외간 남자랑 스릴 넘치는 썸을 탔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 남자친구랑 재결합을 했다가…
원하는 대로 살면 행복할 것 같지만, 삶은 야속하게도 그렇지 않다.
모든 선택엔 책임이 뒤따른다.
게다가 원하는 대로 살면 최악의 인간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된다.
내가 살던 방식으로 계속 살다가는 율리에의 모습에 지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났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이 씬이다.

딱 이쯤 철이 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서.
너무 자기 기운 뻗치는 대로 살기보다, 좀 심심할 줄 알아야 한다.

라고 내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2 Comments
  1. 지니어스 2023년 08월 31일

    나 오슬로 가.

    Reply
    • hershey 2023년 09월 01일

      정재영 택배짤 찍어와~ 사누최 포스터 만들자

      Reply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