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9일

심장 터지는 줄

By In DAILY

어릴 때부터 심장이 뛰는 걸 잘 느끼는 편이었다.
조금이라도 긴장되는 순간이 오면 바로 심장이 뛴다.
근데 이게 느낌뿐이라서 심장이 빨리 뛴다고 착각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엄살을 부리는거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쫄보같이 굴지 말라고 채찍을 들었다.
그러면 잦아드는 것 같기도 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마인드 컨트롤을 했던 게 아니라 진이 빠졌었던 것 같다.

심장박동을 외면하며 살길 어언 30년, 우연히 애플워치를 장만하고부터 그동안의 느낌이 엄살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심장이 좀 뛴다 싶어 심박수를 보면 100을 웃돈다.
애플워치를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긴장을 할 때는 훨씬 상회한다.

심박수를 보면 안 뛰던 심장도 더 뛰는 거 아니냐 싶겠지만 정반대다.
내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만큼이나 긴장했구나. -> 이럴 때 내가 이런 컨디션이구나. -> 다음부터는 이런 조치를 취해야겠다.
갑자기 심장이 뛰는 건 내가 어쩔 수 없으니, 뛰던 심장을 빨리 안정시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심박수를 떨어뜨리는 방법은 아주 쉽다.
호흡을 하면 된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뱉기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잔잔해진다.
이건 필살기여서 백발백중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심장을 컨트롤하는 것에 실패했다.
사람을 셋이나 태우고 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풋살장까지 겨우 15분도 안되는 거리를 이동했을 뿐인데, 풋살장에 도착하자마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사실 긴장을 너무 한 나머지 심장이 뛰는줄도 몰랐었다.
진이 빠지길래 혹시나 하고 심박수를 봤는데 63에서 146으로 치솟았었다.
이렇게 긴장한 줄 알았으면 운전하면서 심호흡을 좀 하는 건데 그럴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의식적으로 호흡을 좀 해야지.

풋살장에 냅다 드러누워 숨을 푹푹 쉬었더니 이내 잔잔해졌다.
드러눕기 전까지는 이래서 운전하겠나 싶었는데 막상 원래 심박수를 되찾고 나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하면 됐지 뭐.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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