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06일

영자원

By In DAILY

상암의 자랑은 영상자료원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대여해서 볼 수도 있고, 지하 영화관에서는 늘 큐레이션 된 영화가 상영 중이다.
무엇보다 무료라는 점이 최고다.

돌곶이에서 지낼 때는 서울을 가로질러 상암까지 왔었다.
막상 상암에 이사 온 이후엔 몇 번 못 갔다.
그때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지금은 10분도 안 걸리지만 말이다.

현충일인 오늘, 마침 보고 싶었던 영화를 영자원에서 틀어줬다.
도무지 시간이 안 맞아서 결국 못 보고 지나간 영화였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박수도 터져 나왔다.
일반 영화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분위기일거다.
어릴 때는 쿨한척하느라 웬 박수~하고 박수치는 사람들을 놀렸던 기억이 났다.
무엇인가에 폭 빠져서 좋아하는 마음을 표출하는 게, 어른스럽지 않고 유치하다고 여겼다.
어지간히도 으른 흉내를 내고 살았다.

어린 시절의 내가 있는 곳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건 뭔가 좀 든든한 일이다.
시간이 모자라는 청년의 시기가 지나고 여유가 생기는 나이가 되었을 때도 상암에 살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머리가 하얗게 쇠어서 영화관 끝자락 구석에 맨날 앉아있는 할머니로 늙고 싶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