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7월 29일

인어공주 (1989)

By In MOVIE

영화 리뷰를 언젠가 시작하게 된다면 첫 영화로 <인어공주>를 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순서를 뺏겼다.

인어공주는 책으로 먼저 접했다.
노란색 표지의 세계문학전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취학 아동용 그림책이었는데 책등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심심찮게 집어 들었다.

인어공주를 좋아했던 건 그녀가 배짱이 두둑해서다.
다른 동화에 나오는 여자애들은 여리여리하거나 조신하거나 어쨌든 노잼 인간들이다.
반면 인어공주는 엄마 없는 슬픔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고 아빠 말은 그저 드럽게 안 듣는다.
뿐만아니라 가장 소중한 목소리를 팔아 다리를 구해 일평생 살아온 바다를 훌쩍 떠난다.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ost도 Part Of Your World이다.
물속에서 ‘불’과 ‘타오르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해만 하지 않고 진짜로 찾아 나선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녀의 가장 멋있는 면모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모든 선택에 주저함도 없을뿐더러 결정적으로 후회하지 않는다.
요즘 말로 상여자다.

거참 사람들은 왜 인어공주를 그저 사랑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걸까.
거의 인생 지침서에 가까운데.

원작은 디즈니 영화와 엔딩이 다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진정한 사랑을 죽음으로 증명해낸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결말까지 완벽하다.

여기서 잠깐,
영화에서도 혹시 아빠가 삼지창으로 그려준 무지개 사이로 배가 떠나는 게 장례 절차는 아닐까?
그러니까 실제로 인어공주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건데 그토록 원했던 두 다리로 지탱하는 육체와 인간의 사랑까지 가지고 가는 거지.
물거품이 꿈의 실현이니까.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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