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24일

일탈

By In DAILY

우리 집 라면엔 언제나 콩나물이 들어가 있었고 비빔면에는 오이와 상추가 들어갔었다.
인스턴트식품을 최대한 먹이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엄마의 뜻대로 건강한 입맛에 길들여졌다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나는 퓨어한 인스턴트 맛을 갈망하는 어른으로 자라나버리고 말았다.

대부분 그렇듯 그 갈망은 20대 초반에 거진 다 해소된다.
다음 수순으론 인스턴트식품에 질려버려 집밥 타령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다.

있는 시간 없는 시간을 다 내서 집밥을 해먹다 보면, 다시 인스턴트에 대한 갈망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그렇지만 20대 초반처럼 편의점으로 직행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음식은 좋지 않은 컨디션을 만든다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철든 어른처럼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갈망 고개를 꼴딱꼴딱 넘어간다.

당연하게도 밀도 있게 축적된 갈망은 어느 시점부터는 다독임으로 넘어가지지 않는다.
하필 이제는 재력까지 생겨버렸다.
폭주기관차가 따로 없다.
배달의민족 앱을 켜서 타꼬야끼를 주문했고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편의점에 들어섰다.
총 3만 5천 원을 플렉스 했다.

먹을 땐 환상적이었는데 다 먹고 나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 정도면 두 달 치 일탈이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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