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 순간 조금씩 지르며 살아왔다.
– 기숙사에서 1년 정도 살아보고 나니 자취를 해보고 싶어서 원룸을 구함. (2학년부터는 나가 살아야 한다고 뻥침. 엄마 미안..)
– 단순한 서빙 알바를 그만하고 싶어서 영상 편집은 한 학기 수업 들은 게 다인데 잘 한다고 하고 프리랜서 일을 구함.
– 코딱지만한 창문이 있던 원룸에 반년 정도 살다가 신축 오피스텔에 살아보고 싶어서 대학생 전세 대출 알아보고 받아서 입주함.
– 국장 신청할 때 시급 8,500원 주는 30명 뽑는 곳 말고 10,000원 주는 1명 뽑는 곳에 지원함. (그리고 거기서 4년 넘게 일함.)
– 학교에 웬만큼 적응한 후 현업을 뛰어보고 싶어서 무턱대고 학교 페이스북에 올라온 구인 글에 연락함. (이틀 동안 월급 얘기 없이 일만 경험시키길래 월급은 얼마냐 여쭤봤다가 집으로 돌려보내짐.)
– 학교 졸업 후에는 일을 안 하던 시기가 없었던 게 억울해서 몽땅 관두고 3달 정도 펑펑 놀아봄. (잔고 60원 찍었음.)
– 집 규모를 키우면 다시는 작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기에 그 마음이 궁금해서 투룸으로 이사함.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이 정도다.
질러서 큰일이 났나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버텨내며 성장했다.
안주하는 게 훨씬 편했을 텐데 어떻게 매번 무리를 할 수 있었을까?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혼자 잘난 사람이었다.
쌓아 올린 세월이 얼마 없다 보니 짧고 굵직한 영광들(예1: 초딩때 6개월 정도 학원 다니고 전국올림피아드 대회에 도 대표로 출전해서 유일하게 수상함)과 썩 좋지 못한 집안 사정으로 이리저리 떠돌게 된 비운의 서사까지 스스로에게 취해있기 완벽한 환경이었다.
게다가 굳세어라 캔디처럼 건강하게 성장해버리는 바람에 나라면 뭐든 해낸다는 근자감이 가득했다.
한편으로 괴팍한 기질도 있었다.
적당히 하고 넘어갈 줄 모르고 익숙해지면 불안해하며 계속 더 나은 내일을 꿈꿨다.
그러니 삶을 들들 볶을 수밖에.
2.
만약 내가 가진 것에 안주하고 살았더라면 지금 삶의 모양이 어땠을까 싶다.
가장 아찔한 점은 높은 확률로 L과 A를 만나지 못했을 거란 사실이다.
최근 L이 쓴 공유 오피스 글을 읽는데,
렌탈 스튜디오를 해보자며 온 카페와 부동산을 다 뒤지고 같이 실사 탐방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하고 운영하다가 사무실로 바꿔 쓰고 있는 일련의 과정이 떠올랐다.
너무 터무니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지르는 스케일이 달라지고 있다.
혼자였다면 할 수 있었으려나.
절대 못했을거다.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수년은 더 걸렸을 것이다.
3.
사업을 시작하고서부터는 더 이상 자신감의 원천이 스스로가 아니게 되었다.
일단 내가 그렇게 잘나지도 않았고 그리고 혼자 잘난 게 멋있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개인이 낼 수 있는 임팩트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혼자 럭비공처럼 튕길 때 내뿜었던 건 자신감이라기보다 허세에 가까웠던 것 같고 요즘 들어서야 느껴지는 든든함이 자신감이란 것을 알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