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2일

첫 운전

By In DAILY

몇 년을 미뤄오던 운전을 했다.
코스는 간단했다.
우리 집에서부터 난지천 풋살장까지였다.
9분 남짓한 거리고, A가 좀 빠르게 운전하면 6분 만에도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사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간이 촉박하다느니, 컨디션이 그냥 그렇다느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또 못했다는 말을 하기가 싫어서 그냥 했다.

운전대를 잡자마자 바로 큰 문제가 발생했다.
좌회전을 해야 할 곳에서 직진했다.
왜냐?
나는 길치기 때문이다.
A는 그래도 2년을 넘게 다닌 길인데 설마 모를까 싶어 별말을 안 했다고 했다.
나의 길치력을 얕봤다.
그렇게 두 번째 좌회전 기회도 놓치고 결국 고양시로 넘어가는 길목까지 도달해서야 좌회전을 할 수 있었다.

좌회전을 받고 나서 또 좌회전을 해야 했는데, 그 이후에는 바로 1차선에서 4차선으로 이동해야 풋살장에 차를 댈 수 있다.
여기서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거의 집까지 가서 유턴을 해서 돌아와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점점 차선을 변경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수록 마음이 급해졌다.
하필 오늘은 차도 많았다.
우측 깜빡이를 키면서 속도를 낮추니 뒤에 차들이 드릉거리는 게 느껴졌다.
내가 차선을 옮기면 자기네들이 늦어지니까 내가 옮길 기회를 주지 않고 오히려 속력을 올려 지나쳤다.
매정한 사람들…
그러다 뒤에 차가 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핸들을 우측으로 꺾었는데 갑자기 차가 있었다.
A는 깜짝 놀라서 멈춰!!!!!!라고 소리를 질렀고 나는 그대로 얼었다.
어깨에 바로 담이 왔다.
식은땀도 났다.
분명히 차가 없었는데 차가 있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모든 차를 다 보내고 무사히 4차선까지 이동해서 차를 댔다.
내가 또 주차는 좀 기깔나게 한다.
그렇지만 A에게 신뢰를 잃어, 주차하는 와중에도 혼이 났다.
옆에 인도를 보고 대는 거 맞냐며~
뒤에 버스 오는 거 보고 후진하는 거 맞냐며~
핸들을 더 빨리 꺾으라며~
자기가 주차할 테니 내리라며~
칭찬도 하라고 내가 되려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더니, 출발하고 멈출 때 스무스한 게 처음 운전해 보는 사람 같진 않다고 해줬다.
쩝.
기분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ㅎ
9분거리를 20분만에 도착했다.

어쨌든 사고가 안 났으니 이만하면 첫 운전치고 선방했다.
고양으로 넘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장하다.
다음 주 풋살은 7시라, 6시 30분에 출발할 예정이다.
그때는 진짜 차가 없을 거라 오늘보다 낫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드디어 운전도 시작했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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