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2월 16일

추락의 해부 (2023)

By In MOVIE

프랑스 영화답게 말의 밀도가 높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화가 논쟁이다 보니 흐름을 따라가는 것에 있어 에너지 소모가 크다.

영화는 사무엘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제목대로 추락사다.
반려견 스눕과 산책을 다녀온 시각장애인 아들 다니엘에 의해 처음 발견된다.
당시 집에는 아내인 산드라만 있었고 당연히 산드라가 가해자로 지목된다.

관객은 아무에게도 안심할 수가 없다.
무죄인듯하지만 유죄라 해도 놀랍지 않을 의뭉스러운 산드라와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아픈 영혼인 사무엘 그리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다니엘 모두 망가져만 간다.
그 와중에 법정에서는 알고 싶지 않은 자세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성공한 작가이자 교수인 산드라는 영화 초반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여자 학생과 왜 은근한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사무엘은 왜 ‘경단남’이 되었는지, 산드라는 왜 대부분의 말을 영어로 하는지, 다니엘은 어쩌다 시력을 잃게 됐는지, 사무엘은 왜 산드라의 일을 훼방놓으려 했는지, 그리고 왜 추락사 했는지.

영화에서 산드라가 사무엘을 진짜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말할 수 없는 개와 볼 수 없는 아들이 유일한 목격자라는 것도 과도한 설정이 아니다.
이는 법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를 무너뜨리기 위해 막장에 막장을 거듭하는 증거를 들이밀 때는 방청객이 가득 차 있다.
반면 진흙탕 싸움이 결판이 나는 다니엘의 최후 발언 날엔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척 그저 가십거리로 소비할 뿐이다.
놀랍지 않은 우리네 모습이다.

까발려질 대로 까발려진 산드라와 다니엘은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지 못한 자는 결국 지쳐 죽었으니까.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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